The Bass Talk! 남두영의 콘트라베이스 이야기

베이스와의 첫 만남

콘트라베이스가 들어간 실내악곡 중에서 기억에 남는 곡을 일반인들에게 물어본다면

아마 슈베르트의 "송어" 피아노 5중주외에 다른 곡은 거의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호프마이스터나 슈페르거 등의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잘 연주되지도 않고 알려지지도 않은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콘트라베이스가 들어간 곡이 없는 상황에서 대중적으로도 널리 사랑받는 송어는

무척 귀한 존재입니다. J모씨 의 XX 클래식이라는 고전음악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콘트라베이스를 집어넣은 이유로 "피아노가 좀 더 높은 음역에서 마음껏 노래부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라고 하더군요.

 

사실일까요? 실제로 스코어를 보면 피아노가 높은 음역까지 가기는 하지만 그렇게 대단히

높은 음역이라고 생각은 들지 않고 베이스가 있으니 조금 자리를 옮긴 것으로 판단되기도

하기 때문에 구지 피아노의 높은 음역을 위해서라는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만의 생각을 한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저는 슈베르트의 "송어" 5중주 작곡 경위부터 알아 보았습니다.

 

송어가 작곡된 시기는 슈베르트의 나이 22살.  알려진 곡도 별로 없고 그저그런 작곡가로

근근이 먹고 살던 중에 슈베르트에게 재미있는 사건이 생깁니다. 평소 알고지내던 오페라

바리톤 가수 포글 Johann Vogl 이 자기 고향으로 휴가를 떠나는데 슈베르트를 데려간 것입니다.

아마 피아노도 좀 치고 발표도 안한 악보도 있을 것이고 이럭저럭 데려가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 것 같습니다.

 

trout-vogl_bassist777.jpg

 

위 그림이 포글씨와 뒤를 따라가는 슈베르트의 모습을 친구가 그린 그림입니다.

왜소한데다 안경잽이에 배불뚝이. 슈베르트가 총각으로 요절한데는 이유가 있는겁니다.

 

도시 촌놈이 유명 관광지 가니 눈이 휘둥그래진겁니다. 집에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고 합니다. "풍광이 정말 아름다워요. 그리고 묵고 있는 여관에 일하는 여자가 여덟명이나

있는데 모두 아름답습니다"  물론 절대... 저런 모양새로 헌팅에 성공하지 못했으리라 장담합니다.

 

포글 선생이 저녁에 '이제 본전 뽑아야지' 하고 후원자를 위한 작은 콘서트를 열었는데

드디어 슈베르트에게 시선이 집중됩니다. 그날의 물주는 파움가르트너 Sylvester Paumgartner라는

그 지방 탄광업자였다는데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이때 포글이 슈베르트의 옆구리를 콱콱 찔렀을 것입니다. '곡 하나 써서 보내드려...'

미래의 후원자가 될지도 모를 분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뒷조사를 해보니 아마츄어 첼리스트

였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작곡 배경을 생각한다면 이 곡은 과연 누구를 위해 작곡했을까요?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아니면 첼리스트?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답이 금방 나옵니다.

 

일단 잘 놀고 집으로 돌아온 슈베르트는 우리 물주를 위해 곡을 써봅니다.

 

그런데...

좀 음악성있게 써보자...하니 아마츄어 수준을 넘지 못하는 첼리스트인 후원자에게 너무

가혹한 것 같고 그렇다고 음역을 1포지션에서 다 해결하자니 상대적으로 너무 낮은 음역에서

노래하게 해서 뭔가 아쉽고...

 

결국 밤새워 머리를 쥐어뜯다 융통성을 발휘합니다.

 

"그래 그럼 첼로를 비올라 정도로 생각하고 더 낮은 음역의 보조 악기를 하나 추가하면 되지..."

 

실제로 피아노를 위한 베이스 반주보다 첼로를 보조하는 역할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베이스와 첼로가 옥타브 유니즌으로 연주하는 경우 첼로의 배음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은 관현악법의 기초 상식입니다.

 

 그래서 콘트라베이스는 단순히 피아노의 반주를 위해 넣어진 것이 아니라 4악장의 첼로

멜로디가 나오는 변주에서 첼로의 소리를 두드러지게 나타내기 위해 채용된 것이고 일단

그 목적을 위해 넣었지만 활용은 해야 하겠기에 다른 악장에서도 원래 피아노가 쳐줘도

되었을 리듬과 화성 부분을 보조하게 되는 것입니다. 피아노의 경우 양손이 유니즌으로

높은 음역을 노래하는 경우가 왕왕 나타나는 것은 사실 피아노의 넓은 음역을 생각할때

상당히 옹색한 활용이지만 베이스를 이용하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한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변주 끝나고 알레그레토 부분에서는 첼로 할때만 베이스가 나옵니다.

그러니 피아노의 높은 음역을 위한 베이스가 아니라 첼로의 낮은 음역보다 더 낮은 반주를

위한 베이스가 맞습니다.

 

상상일 뿐이지만 가난한 작곡가가 겪었을 가혹한 현실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슈베르트가 작곡된 곡을 자기 딴에는 수준을 확 낮춰 작곡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물주

첼리스트에게는 지나치게 어려운 곡이었던 것 같습니다.

곡을 받은 뒤 다시 그 관광지에 초대 되었다는 이야기를 찾을 수 없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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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ytan